하루가 참 빠르게 지나가고, 한주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서 주말을 맞이하게 되고, 한달, 두 달을 거쳐서 21년도 어느덧 마지막 한 주를 앞두고 있습니다. 10년, 20년 전에도 이렇게 빠르게 느꼈나 싶을 정도로 요즘은 하루, 한주, 한달, 한 해가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졸업을 앞둔 연구실 학생들이 지난 2, 3년간의 연구실 생활을 돌이켜 보면서 느낀 점들을 글로 올린 것을 몇 번이고 읽어보았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연구실 생활이 참 힘들기도 하고 그만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교수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힘든 기간을 묵묵히 견뎌낸 아이들이 무척 고맙고 대견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연구실에 들어왔을 때의 풋풋함과 미숙함이 이제는 원숙함과 여유로움으로 바뀌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12년 가을에 학교에 와서 이제 어느덧 9년이 지나갔습니다. 모든 해가 다사다난했던 해였지만, 유독 이번 한 해는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 같이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아쉬운 이들과의 작별
SK이노베이션에 취업이 되었다고 기쁨에 차서 즐거워 하던 연주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작년 이맘 때였던 것 같은데, 벌써 일년이 지났네요. 연주를 시작으로 해서 많은 학생들이 연구실을 졸업하였습니다. 동준이는 여름에 본인이 그렇게 원하던 마곡에 위치한 LG화학 석유화학연구소 공정센터로 가게 되었고, 연평이는 휴스턴 대학교와 유타 대학을 고민하다가 유타의 인공지능을 전문으로 하는 교수님 연구실로 박사과정을 가게 되었습니다. 두 곳 모두 박사기간동안 FULL 장학금을 받고 가게 되어서 무척 다행인 것 같습니다. 가을에는 형건이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이웅 박사님 연구실로 진학을 하게 되었고, 지난 몇 개월 동안 파일롯 플랜트 운전을 하다가 최근에 새로운 연구를 진행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내년 초 졸업을 앞둔 지영이가 SK이노베이션으로, 경석이는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으로, 영탁이는 현대중공업으로, 그리고 규영이는 LG에서 새로 둥지를 틀 예정입니다. 그리고, 재형이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이웅 박사님 연구실에서 박사과정으로 진학을 할 예정입니다. 사실 지난 몇 개월동안 우리 연구실 학생들이 취업 준비를 하느라 고생이 많았는데, 모두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 가게 되어서 무척 감사할 따름입니다.
2. 새로운 얼굴들
교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아쉬운 것은 지난 몇 년 동안 정이 쌓일 만큼 쌓인 이들을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나가는 학생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요.. ㅎㅎ) 나가는 사람은 잘 못 느끼겠지만, 남아있는 사람은 떠난 사람의 빈 자리를 그대로 느끼는 것 같습니다. 매 해 이렇게 작별인사를 하는데, 새로운 이들을 만나지 못하면 얼마나 서운하겠습니까. 그래서 공평하게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이 빈자리를 채우는 것 같습니다. 태형이와 자르갈이 앞서 졸업한 친구들의 자리를 채워주었다면, 그 동안 예비연구원을 함께한 진규, 모나, 주원, 수진이가 앞으로 졸업할 친구들의 자리를 채워줄 것 같네요. 태형이는 앞으로 연구실의 맏형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진규는 방장으로서의 역할, 그리고, 주원이는 총무로서의 역할을 기대합니다. 반면에 자르갈, 모나와 수진이와의 연구실 생활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연구실의 많은 학생들이 큰 형, 오빠이자 박사과정인 델라에게 많은 신세를 지고 있고, 앞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 주전부터 많은 학부생 학생들이 기존의 학생들이 진행했던 연구를 답습하면서 생전 처음으로 '연구란 무엇인가'를 배우면서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본인 연구를 진행하면서 새내기 연구자들을 지도하는 멘토들에게 감사와 응원을 보냅니다.
3. 연구
올 한 해를 바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든 요인 중의 하나는 단연 연구였던 것 같습니다. 특히, 하반기에 몇 개의 연구과제 정기 미팅을 2주마다 하면서부터 무척 정신이 없었던 것 같네요. 그리고, 이러한 연구가 차질없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힘써주었던 모든 연구원들에게 이 기회를 통해서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대우조선해양 과제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애써준 연평, 형건, 경석, 그리고 진규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한 개의 과제를 이렇게 3-4명의 연구원이 차례로 물려받아서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차질없이 잘 마무리 될 수 있었던 것은 연구원들의 '책임의식'과 '주인의식'이 없었으면 절대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케이텍 과제를 비롯해서 다른 연구실과의 협동과제인 유체유동해석을 전문가답게 잘 처리해준 델라에게도 감사를 표합니다. 특히 델라는 다른 친구를 성심 성의껏 도와주고, 다양한 프로포잘을 준비하는 것에도 많은 도움을 주어서 연구실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또한, 최근에 시작한 SK넥실리스 과제연구에서도 델라의 역할을 사뭇 기대하고 있습니다. 몇 개월 전에 마무리 된 고등기술연구원의 PEMFC 동적모델 개발 연구과제에 많은 도움을 주었던 자르갈, 모나 및 영탁에게도 감사를 표합니다. 짧은 시간안에 처음 다루었던 소프트웨어를 익히고, 정해진 기간안에 모든 것을 소화하기 위해서 노력을 해준 덕분에 과제를 잘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SOEC 과제를 이어받아서 차질없이 잘 수행해준 영탁이와 주원에게도 감사를 표합니다. 이 과제는 아직 진행중이긴 하지만 곧 잘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인공지능을 통해서 소재를 개발하는 새로운 분야와 함께 '리튬이온 배터리 시스템 모델링'을 용기 있게 개척한 규영이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인공지능, 폴리머, 등 많은 연구주제에도 불구하고 모든 연구들을 능수 능란하게 잘 처리하면서, 동시에 주위 친구들의 논문을 도와준 지영에게도 감사를 표합니다. (또한, 지영이 덕분에 우리 연구실의 홈페이지가 이렇게 멋지게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한국기술연구원의 이웅 박사님 지도하에 많은 연구를 진행한 재형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이제 이 연구들을 후배들이 물려받아서 태형이는 수소관련 연구를, 자르갈과 모나는 Fuel Cell MPC 연구를, 주원이는 SOEC 후속 연구를, 수진이는 리튬이온 배터리 모델링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후배들이 이 연구를 잘 소화하고 개인의 입맛에 맞추어서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4. 논문
사실 공정 분야는 다른 분야와 달리 industry의 최전선에 있기 때문에 실용적인 학문을 추구합니다. 그러다 보니 산업체와 주로 연구를 같이하게 되고, 기초 실험을 다루는 다른 연구분야에 비하면 논문게재 활동에는 자칫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올 한해에는 연구와 논문 게재 활동에 모두 큰 기여를 한 한해이기도 합니다. Impact factor나 피인용 지수로 논문을 평가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연구가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그 연구분야가 언제나 많은 연구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연구는 아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impact factor나 피인용 지수는 해당 연구에 얼마나 많은 연구자들이 종사하느냐 에 따라서 그 지수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좋은 연구 성과를 내어준 덕분에 상위 2% 내의 top journal 또는 최 상의 IF 지수를 가진 저널에 많은 연구 내용을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모두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최고의 저널에 각자의 연구 내용을 실을 수 있었고, 평균 한달에 논문 한편 이상을 게재 또는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학생들이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공동연구를 진행해 주신 텍사스 대학의 권 교수님과 언제나 큰 힘이 되어 주시는 맨체스터 대학의 로빈 교수님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내년에는 동경공대의 모리 교수님께서도 같이 연구를 진행하실 예정이라서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5. 학회
우리 연구실은 항상 매 학기 한국화학공학회와 한국공업화학회에서 그 동안 연구원들이 진행해온 연구 결과를 포스터 또는 구두로 발표하는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발표를 하게 되면 많은 이점이 있는데, 첫째로는 발표를 몇 개월 미리 학회에 신청하기 때문에 연구 목표와 일정을 앞서 정하게 되고, 이에 맞추어서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그 동안 연구한 내용을 글로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되고, 더 나아가서 이를 구두로 발표하면서 개인의 발표 실력을 향상시키게 됩니다. 장기적으로는 매 해 이렇게 여러 번의 학회를 참여하면서, 해당 분야에서 연구를 하는 타 대학의 학생들을 정기적으로 만나게 되고, 해당 연구분야의 최근 동향도 익히게 됩니다. 더 나아가서, 이러한 만남을 통해 장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학회 발표는 비단 국내 뿐만 아니라 국제 학회로 연장되며, 매년 정기적인 학회를 참가해서 유사한 활동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작년과 올 한해에는 코로나로 인해서 이러한 국제 학회 발표가 많이 위축되었고, 내년에는 꼭 많은 국제학회에서 연구원들이 활동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학회에서는 모든 연구원들이 발표에 참여하였고, 그 중에 많은 실적을 낳았습니다. 동준이가 춘계 한국공업화학회에서 발표상을 수상하였고, 규영이는 추계 한국공업화학회에서, 그리고 지영이는 한국화학공학회에서 발표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다른 친구들도 많은 좋은 연구를 진행하였지만 수상자의 수가 제한되어 있어서 아쉬움을 달래야 했던 것 같습니다.
6. 파견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이어서 올 해에도 세명의 연구자가 해외 파견을 다녀왔습니다. 경석, 지영, 규영이가 텍사스 A&M에서 한 학기동안 연구를 진행하고 돌아왔고, 무사히 연구를 잘 마치고 돌아올 수 있어서 무척 다행입니다. 그 곳에서 친구들과 많은 추억을 쌓으면서 동시에 권 교수님의 지도하에 짧은 시간안에 훌륭한 연구를 진행한 것에 대해서 박수를 보냅니다. 내년에도 많은 학생들이 해외 파견을 통해 많은 좋은 추억과 함께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반면, 내년에는 많은 국내외의 학자, 산업체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최근 연구 동향을 익히기 위한 기회를 많이 갖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연구실이 참여하는 스마트디지털 엔지니어링 사업이 올해 3년차에 달하고 있습니다. 매년 21명의 연구인력을 배출하기 위해서 세미나, 교육, 파견, 등 많은 행정적인 업무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우리 연구실의 연구원들을 하나씩 세심히 배려해주는 조희영 주임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항상 연구실 분위기를 밝게 해주고,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해주는 덕분에 좋은 환경에서 연구원들이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좋은 강의와 함께 항상 연구실을 후원해주시는 송하청 교수님과 스마트디지털엔지니어링 참여 교수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회사를 옮겼다고 연구실을 방문해준 지운이, 엘지 화학에서 열심히 후배를 도와주는 용헌이와 동준이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이 외에도 연구실을 졸업한 후에 현재 외국에서 열심히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모든 졸업생들과 현재 산업에서 열심히 생활하는 모든 졸업생들에게도 응원을 보냅니다. 모두 한해동안 수고 많았고, 다가오는 한 해에도 더욱 발전하면서... 그 과정을 즐기는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