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년도는 코로나로 인해서 학생들과 교수들이 같이 대면으로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부족해서 학생들에게 대학원에 대해서 설명하는 시간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제가 경험하고 느끼는 대학원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을 하고자 이 글을 적습니다. 저 또한 대학생 시절에 대학원에 관심이 없었지만 회사에서 근무를 4-5년 정도 하다가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취업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도 알아두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선 대학원에서는 여러분들이 학부시절에 공부하듯이 수업을 듣고 외우는 시간은 많이 줄고, 대부분의 시간을 본인의 연구에 할애하게 됩니다. 연구주제는 연구실과 지도 교수님의 사정에 따라 산학연구과제, 정부연구과제, 또는 연구실 자체의 창의연구과제로 진행될 수 있으며, 학생들은 연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연구하는 ‘일련의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즉, 초기부터 연구를 기획하고, 나름대로 일정을 짜서 연구를 실행하고, 얻어진 연구결과를 분석하고, 최종적으로 연구 결과 및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포스터 발표나 구두발표를 통해 국내 또는 국외의 다른 연구원들과 공유하는 자리 (국내, 국제 학회발표)를 가지게 됩니다. 또한, 유의미한 연구결과가 나오면 논문을 작성해서 국내 및 국제저널에 출판을 하게 됩니다. 석사과정 학생은 주로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침으로써 연구하는 방법을 배우고, 이 경험을 토대로 회사에 가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됩니다. 반면에, 박사과정의 학생은 이러한 연구를 좀 더 심도 있게 진행함으로써 그 분야에 나름대로 깊은 지식을 쌓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석사 과정은 일련의 연구하는 과정을 배우기 때문에 졸업 후 회사나 연구소에 가면 소속된 기관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는 경향이 큽니다. (즉, 박사 과정에 비해서 석사과정의 연구 주제가 향후 진로에 상대적으로 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럼, 학사를 나와서 하는 업무와 석사/박사를 나와서 하는 업무는 어떻게 차이가 있을까요? 학사를 취득한 후에 주로 하는 업무는 정유, 반도체, 전자제품, 등 화공 분야의 생산시설 관리나 운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즉, 안정적으로 생산시설이 운전되고, 시스템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품질 관리와 관련된 일을 주로 맡고, 석사/박사 출신의 업무는 주로 고 부가가치의 소재, 제품이나 공정을 개발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업무의 특성상 생산관리는 업무일정이나 업무 내용이 명확히 주어진 반면에, 연구는 주로 연구 내용이 다양하고 본인이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경향이 좀 더 큰 것 같습니다. 따라서, 아무래도 전자는 수직계열의 성격이 강하고, 후자는 좀 더 수평적인 학교 같은 분위기에서 일을 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일하는 기관마다 성격의 차이는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계속해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면서 예전에는 졸업 후 생산관리에 취직하는 경향이 컸던 반면, 최근에는 연구개발에 많은 학생들이 진출하는 경향이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선배와 내가 대학을 졸업한 80, 90년대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졸업하고 정유, 석유화학 공장에 많이 취직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해가 갈수록 보다 많은 학생들이 대기업의 R&D에 진출하는 비율이 늘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도 고 부가가치의 산업을 육성해야 되는 입장에서 연구개발과 관련기술의 인재 양성에 계속해서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회사들이 우수한 인재를 얻기 위해서 R&D 센터를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LG화학의 많은 연구소가 최근의 서울 마곡으로, 일부 금호석유화학 연구소는 김포로 이전하였습니다. SK 케미컬, 삼성 중공업, 현대 중공업, 등 많은 회사가 판교에 위치하고 있으며, 대우조선해양은 시흥, 현대 자동차는 남양, 등 주로 수도권에 있습니다. 반면 SK 이노베이션, GS 칼텍스와 같은 일부 정유 및 석유화학 회사의 연구소는 대전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취업과 관련해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아직은 결과가 안 나왔지만 올 해는 코로나로 인해서 전체적으로 학사나 대학원 졸업생들의 취직이 좀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일부 학부 졸업생들은 서울의 엔지니어링 회사로, 일부는 수도권의 반도체 또는 전기/전자 회사, 그리고 일부는 지방의 석유 및 정유회사로 취직을 하게 됩니다. 이 외에도 공사, 공무원, 변리사,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는 것을 봅니다. 취직 과정을 지켜보면 취업의 문이 좁아서 그런지 본인이 희망하는 분야로 가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주로 모든 직종의 다양한 회사에 지원서를 제출하고 최종 합격된 회사로 가는 경우가 많다 보니, 안타깝게도 졸업 후 이직하는 것을 간혹 보게 됩니다. 본인의 성격과 관심 분야에 맞는 업종과 직무를 찾아서 가기보다는, 취업이 된 곳에서 본인의 성격과 관심 분야를 맞추다 보니 회사를 다니면서도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학교를 다니면서 회사와 다양한 직무에 대한 정보와 경험을 갖기 어렵다 보니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발생합니다. 반면에, 대학원 졸업생의 사정은 약간 다른 것 같습니다.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연구실과 학교, 연구분야 중심으로 community가 생기면서 유사 업종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 산업을 이해하게 되면서 가능한 한 해당 분야로 취직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부 졸업생인 경우에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서 학부성적, 영어, 자격증, 인/적성검사, 대외활동을 주로 보는 반면에, 석사 졸업생인 경우에는 연구분야 소개 및 발표, 학회발표와 논문 발표 실적, 면접 등을 위주로 판단을 하게 됩니다. 참고로, 석사의 성적은 학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회사가 지원자의 성실도를 판단하기 위해서 학부 성적을 참조하는 경향이 큽니다. 따라서, 대학원을 진학하는 학생은 학부 성적을 마지막까지 잘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대학원을 진학하기 전에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얻으면 대학원에서의 연구활동과 차후 취업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올 해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취업률 통계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대학원생의 취업 준비과정을 보면 채용을 하는 회사가 제법 많아서 올해 초에 생각했던 것처럼 우려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기대해봅니다.
대학원을 통해서 ‘연구’라는 개인의 또 다른 능력을 갖추고 사회에 진출하는 것이 많은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의 입장에서는 또 다시 2년 또는 더 긴 기간을 투자해야 되는 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현실입니다. 더군다나 어떻게 보면 ‘잘 알지 못하는’ 지도 교수를 믿고 본인의 인생을 맡기는 것이라서 조심스럽기도 하고, 졸업 후 취업에 대한 확신이 안 서는 것도 큰 장애 요소이기도 합니다. 저도 회사에서 4년이상 근무를 하다가 나의 인생을 걸고 ‘유학’의 길을 떠났을 때는 공부하는 내내 졸업 후의 진로에 대한 불안감과 당시 회사를 근무하면서 월급을 받는 동료들에 대한 상대적 빈곤감을 떨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긴장과 불안감이 나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도록 도와주었고, 결과적으로 더 나은 업적을 만들어 주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뒤돌아보면 그 때 여러 가지로 힘들기는 했지만 뒤늦게나마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않고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모든 결정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지는 것이기에 그만큼 더 많이 알아보고,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가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나아가기를 당부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도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회사에 근무하는 선배들도 수소문해서 찾아가보고,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하는 교수님들의 사무실도 찾아가서 상담도 하고, 연구실의 선배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문의하고, 현장실습이나 학부 연구생도 해보는 등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 같습니다. 물론 대학원 진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은 반드시 여러 연구실을 탐방하면서 졸업 후 취직 가능한 분야, 과거 선배들의 졸업 후의 진로 및 취업률, 최근 진행한 연구주제, 연구실 분위기, 장학금, 등 다양한 것을 문의해야 됩니다. 그리고, 조용히 본인의 시간을 보내면서 고민을 한 후에 일단 결심이 서면 그 길을 향해 나아가는 결단력도 무척 중요합니다.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99번의 실패를 통해서 얻는 경험이 필수적인 것처럼, 어떠한 희생이 없이는 이에 대한 보답을 얻기는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입니다.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하면 상담할 수 있는 멘터를 만나야 되고, 본인이 성장한 후에는 누군가를 멘터링 해주게 됩니다. 살면서 이러한 멘터를 적극적으로 구하고 이를 통해서 성장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고, 본인이 받은 것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자세가 꼭 필요합니다. 학교와 사회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구하는 사람이 되기를 당부합니다.
황성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