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졸업을 앞두고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도움이 조금이라도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제가 학부를 졸업할 때 진학을 결심하게 된 이유, 그리고 실제로 졸업을 앞두고 느낀 점 등이 솔직하게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저는 마지막 학년 마지막 학기 지도교수 상담을 통해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게 된 경우입니다. 대부분의 학생이 미리 교수님들께 '컨택'을 하고, 학부 연구생이나 현장실습을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경우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졸업을 앞두기까지 무엇을 할지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참 한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얼마나 수동적으로 살아왔는가 반성이 되기도 합니다. 4년 남짓한 시간 동안 주어진 공부는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깊이 고민해 보지 않았고, 하물며 내가 전공하고 있는 것이 어떤 산업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피상적으로만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찾아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반도체나 2차전지 쪽이 사람을 많이 뽑으니까 한 군데 지원하기는 했는데, 당연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1차 면접에서 탈락했고, 진로에 대해 막막하고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던 중 학부 상담에서 지도교수님을 통해 화공과 졸업 후 갈 수 있는 진로에 관해 설명을 듣게 되었고, 당시에 "대학원을 가면 연구소에 지원할 기회가 생기고, 연구소에 가면 교대 근무나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피할 수 있겠구나!"라는 아주 단순한 생각으로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특히 제가 있었던 공정 연구실은 컴퓨터를 사용한다고 해서 (컴퓨터를 잘 알지도 못하지만) 화학약품을 다루는 실험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도 진학을 결심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당시에 취업 준비를 하기에 두려워서 현실을 피하고자 무모한 선택을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실 진학을 결정하고도 걱정이 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먼저는 대학원이라는 곳은 공부가 너무 재밌어서, 공부 아니면 안 되는 사람들만 가는 곳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열심히 살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고 지금도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새로운 현상이나 기술에 관한 관심, 궁금증 등이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학원이라는 곳이 (사실 저도 그랬지만) 상당히 괴롭고 험난하고 또 피해야 할 곳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대학원생도 사람이다!'라고 외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기도 하고요. 실제로 그런 험한 곳도 있는 것 같고, 그러한 이야기를 접하면 마음이 아프기도 합니다. 이러한 부분은 사실 생활해보기 전까지는 실제 상황에 대해서는 알 수 없으므로, 최대한 가고 싶은 연구실에 있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사실 진학 전에 엄청나게 많이 알아본 것도 아니었고, 약간 충동적으로 결정한 면이 있었음에도, 감사하게도 좋은 동료 대학원생 친구들과 교수님, 그리고 쾌적한 연구 환경에서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학원이라는 기관의 목적을 고려할 때,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따라오는 스트레스는 뗄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대학원은 (공학계열의 경우) 한 분야에 대해서 더 깊이 연구해서 석사 또는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쌓은 지식과 능력을 활용해서 기업, 연구소 등 사회에서 필요한 부분에 기여하며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석사를 기준으로 한다면,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주제를 찾고, 그 부분에 남들이 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여를 한다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있어야 하는 일입니다. 특히, 연구를 진행하면 학부 시험을 준비할 때처럼 어떤 문제에 대해 답이 딱 정해진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에 대해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답을 찾는 과정을 스스로 발견해나가는 과정이 상당히 부담이 되는 일입니다. 마음먹은 것처럼 쉽게 되지도 않고, 누가 그냥 답을 알려줬으면 좋겠는데 싶을 때가 수없이 많고, 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찾아옵니다. 물론 제 능력이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대가를 치르는 과정이 필요하고, 스스로 성장하기 위한 연단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매달린 결과(=파워 야근)를 통해 좋은 성과를 얻는 경우를 정말 수없이 보았고, 개인적으로도 성장하는 모습들을 대학원에서 생활하면서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자신의 성장에 관심이 많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갖고 싶은 학생이라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도 힘들지만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재학 중에 학사로 취업해서 돈을 많이 버는 주변 친구들을 보면 내가 하는 것이 맞느냐는 고민도 많이 되었고, 취업이 보장되지 않아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처음 진학을 결정했을 때 생각했던 것처럼 연구소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되어 대학원 진학을 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대학원에 있으면서 진로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도 충분히 가질 수 있었고, 좋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었고,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해외 경험을 할 수 있는 등 많은 경험을 얻어갈 수 있었습니다. 사람마다 가중치를 두는 부분이 다르므로,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 무슨 일을 할 때 행복한지, 등등 심층적으로 고민해보시고 진로를 고민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힘들어서 대학원 진학을 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힘들더라도 최종적으로 내가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를 위한 수단이라면 견딜 수 있기도 하고, 힘들었던 만큼 이뤄낸 성과가 달콤하고 개인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종합적인 고려를 바탕으로 진로를 설계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주변의 조언을 가능한 많이 구하되, 결과적인 선택은 본인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학부 동안 저 자신에게 아쉬웠던 점들을 조금 덧붙이려고 합니다. 요즘에는 입학하자마자 취업 준비로 바쁘다고 듣기도 했고,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삶을 꾸려가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바라기는 저처럼 수동적으로 누가 알려줄 때까지 또는 시간이 닥쳐올 때까지 기다리지 마시고, 내가 배우고 있는 전공이 어떤 산업과 관련되어 있는지, 어떻게 이를 활용해서 기여할 수 있을지, 또는 이 전공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내가 좋아하는 일은,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고민해보시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해외 경험(교환학생, 파견 연구)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잡았었는데, 여행도 많이 다니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꼭! 기회가 있을 때 잡으시기를 추천합니다. 중구난방 두서없이 썼는데, 작게나마 선택에 있어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궁금한 점은 아래 메일로 편하게 문의해주세요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